[중국읽기] 중국과 대만의 성묘 정치학
마잉주(馬英九) 전 대만 총통이 중국 방문에 나선다. 4월 7일까지 12일간의 일정이다. 중국 난징과 우한·창사·충칭·상하이 등 주로 장강(長江) 이남을 방문하며 베이징은 가지 않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만남을 피하겠다는 거다. 정치색을 빼겠다는 이야기다. 마잉주는 방중 목적을 ‘신종추원(愼終追遠·장례와 제사를 정성껏 모시다)’ 네글자로 압축했다. 그러고 보니 4월 5일이 청명절이다. 중국엔 ‘청명절엔 성묘를 하고 단오엔 종자를 싸며 추석엔 월병을 먹고 섣달 그믐날 밤엔 만두를 빚는다’는 말이 있다. 일년 사계절 중 봄이 오면 가장 먼저 해야할 게 조상의 산소를 찾아 돌보는 일이다. 뿌리를 잊지 않기 위함이다. 마잉주는 1950년 7월 홍콩 까오룽(九龍)에서 태어났다. 본관은 마오쩌둥의 고향이기도 한 중국 후난성 샹탄(湘潭)현이다. 이곳에 할아버지 마리안(馬立安)이 잠들어 있다. 마잉주 부모는 홍콩을 거쳐 그가 두 살 때 다시 대만 타이베이로 이주했다. 2008년부터 8년간 대만 총통으로 재직했던 그는 2015년 싱가포르에서 시진핑 주석을 만나 1분 20초에 걸친 ‘세기의 악수’를 나눴다. 자신의 재임 시기가 중국과 가장 평화롭고 가장 대등했다고 말한다. 총통 퇴임 후엔 대만 국가기밀보호법에 따라 대만을 벗어날 수 없다가 2021년 5월 규제가 풀렸다. 이제 코로나도 진정됐으니 대륙의 조상 묘를 찾아보겠다는 것이다. 누나 셋과 여동생, 그리고 대만 청년 30여 명이 함께한다. 대륙 젊은 세대와의 교류로 양안(兩岸) 긴장을 누그러뜨리자는 취지다. 한데 대만 전·현직 총통 중 74년 만에 처음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그의 방중은 아무리 정치적 색채를 덜어내려 해도 그리되지 않는다. 그의 방중 자체가 올해 대만에 평화공세를 가하는 중국의 전략에 이미 편입된 느낌이다. 이달 초 중국 정협(政協)의 주석이 된 왕후닝이 대만을 끌어안기 위해 내세우는 카드가 바로 ‘중국 전통문화’다. 한 핏줄, 같은 문화를 강조해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차이잉원 집권 민진당 정부에 대항하겠다는 계산이다.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에서 마잉주와 같이 ‘하나의 중국’에 동의하는 대만 국민당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포석이기도 하다. ‘성묘 정치학’이란 말이 나온다. 그래서인가. 29일 해외 순방에 나서는 차이잉원은 미국 경유를 통해 미국과의 연대를 강조할 계획이다. 내년 초 대만 총통 선거는 벌써 막이 올랐다. 유상철 / 한국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차이나랩 대표중국읽기 중국 정치학 성묘 정치학 대만 총통 대만 국가기밀보호법